나는 이더리움 15배 롱을 교차로 잡았다가 청산당한 적이 있다. 황당한 건, 그때 청산가가 현재가에서 한참 멀어 보였다는 거다. 수익이 크게 떠 있으니 "이 정도면 한참 안전하지" 싶어서 가진 금액을 거의 다 추매에 밀어 넣었다. 그러다 한 번 훅 빠졌고, 떠 있던 수익이 먼저 증발하더니 청산가가 순식간에 코앞으로 왔다. 버티다 결국 청산. 그때 깨달았다 — 청산가가 멀어 보인다는 건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다.
대부분 청산가를 증거금을 전부 날리는 가격 정도로 단순하게 안다. 그런데 실제로는 그 전에 청산되고, 청산을 트리거하는 가격도 차트에 찍히는 그 가격이 아닌 경우가 많다. 무엇보다, 청산가는 한 번 정해지면 가만히 있는 고정값이 아니다.
이 글에서는 청산가 공식을 한 번 제대로 정리하고, 숫자를 직접 넣어 계산해본 뒤, 교차(Cross)와 격리(Isolated)가 왜 다른지, 그리고 내가 직접 당해본 함정들을 짚는다.
청산가 공식
청산가는 포지션의 손실이 증거금을 갉아먹어 유지증거금(maintenance margin) 수준까지 떨어지는 지점이다. 그 아래로 가면 거래소가 강제로 포지션을 닫는다.
필요한 변수는 세 가지다.
- 진입가 (Entry Price): 포지션을 잡은 가격
- 레버리지 (Leverage): 여기서 초기증거금률 IMR = 1 ÷ 레버리지. 예) 10배면 IMR = 10%
- 유지증거금률 (MMR): 거래소·코인·포지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, 메이저 코인 소액 포지션 기준 대략 0.4~0.5% 선
격리 마진 기준 단순화된 공식은 이렇다.
- 롱 청산가 = 진입가 × (1 − IMR + MMR)
- 숏 청산가 = 진입가 × (1 + IMR − MMR)
이건 수수료와 펀딩비를 뺀 교육용 단순 공식이다. 실제 거래소 표시값은 여기에 누적 수수료·펀딩이 더 반영된다(아래 함정 섹션 참고).
숫자로 직접 계산해보기
진입가를 ETH $2,000, MMR을 0.5%로 두고 계산해보자.
예시 1 — 10배 롱
IMR = 1 ÷ 10 = 0.10
청산가 = 2,000 × (1 − 0.10 + 0.005) = 2,000 × 0.905 = $1,810
→ 가격이 진입가에서 약 9.5% 빠지면 청산된다.
예시 2 — 20배 롱 (레버리지만 올림)
IMR = 1 ÷ 20 = 0.05
청산가 = 2,000 × (1 − 0.05 + 0.005) = 2,000 × 0.955 = $1,910
→ 이제 4.5%만 빠져도 청산이다. 레버리지를 두 배로 올렸더니 청산가가 진입가에 두 배 가까워졌다.
예시 3 — 10배 숏
청산가 = 2,000 × (1 + 0.10 − 0.005) = 2,000 × 1.095 = $2,190
→ 가격이 9.5% 오르면 청산된다.
여기서 한 가지가 보인다. 레버리지를 보고 "10배니까 10% 빠지면 청산"이라고 흔히 생각하는데, 유지증거금 때문에 실제로는 그보다 살짝 먼저 (9.5%에서) 청산된다. 레버리지가 높을수록 이 버퍼는 더 얇아진다.
직접 숫자를 바꿔보고 싶다면 청산가 계산기에 진입가·레버리지·MMR을 입력하면 된다.
교차(Cross) vs 격리(Isolated)
같은 진입가·레버리지여도 마진 모드에 따라 청산가가 완전히 달라진다.
| 항목 | 격리 (Isolated) | 교차 (Cross) |
|---|---|---|
| 담보 범위 | 그 포지션에 배정한 증거금만 | 계정 전체 잔고 |
| 청산가 | 입력값으로 사실상 고정 | 잔고·다른 포지션에 따라 변동 |
| 청산 시 손실 | 그 포지션 증거금까지만 | 계정 전체가 위험 |
| 버퍼 | 작다 (청산가가 가깝다) | 크다 (청산가가 멀다) |
| 어울리는 상황 | 리스크를 가두고 싶을 때, 실험적 포지션 | 잔고 여유로 버티고 싶을 때, 헤지 |
핵심은 트레이드오프다. 교차는 계정 전체가 담보로 들어가니 청산가가 멀어져 잘 안 터진다. 대신 한 번 터지면 계정 전체가 날아갈 수 있다. 격리는 청산가가 가까운 대신, 터져도 그 포지션에 넣은 증거금만 잃는다. "안 터지게"가 목표면 교차, "터져도 피해를 가두기"가 목표면 격리다.
사람들이 거의 항상 놓치는 것들
1. "청산가가 멀다 = 안전하다"가 아니다 — 추매하면 그 거리는 줄어든다
내가 이더리움 롱에서 당한 게 정확히 이거였다. 수익이 떠 있어서 청산가가 멀어 보였고, 그 여유를 보고 추매를 계속했다. 그런데 추매를 할 때마다 평균 진입가가 올라가고 청산가도 따라 올라온다 — 즉 멀어 보이던 그 버퍼를 내가 직접 깎고 있었던 거다. 청산가가 멀어 보일 때가 오히려 사이즈를 키우기 가장 위험한 순간일 수 있다.
2. 떠 있는 수익(미실현 손익)을 담보처럼 믿지 마라
미실현 수익은 가격이 빠지면 가장 먼저 증발한다. 그걸 안전 버퍼로 착각하고 풀 사이즈로 태우면, 한 번 빠질 때 수익이 사라지면서 청산가가 순식간에 다가온다. "지금 +라서 여유 있다"는 감각이 제일 위험하다.
3. 교차에서는 한 코인이 무너지면 다른 포지션까지 끌고 들어간다
교차는 계정 잔고를 모든 포지션이 공유한다. 그래서 여러 코인을 물고 있을 때 한 코인이 무너지면, 그 손실이 잔고를 깎아서 멀쩡하던 다른 포지션의 청산가까지 같이 당겨온다. 버퍼가 커서 안 터질 것 같다가, 한 번 무너지면 계정 전체가 연쇄로 위험해지는 게 교차의 양면이다.
4. 청산은 마크 프라이스로 트리거된다 — 차트 가격이 아니다
대부분의 거래소는 마지막 체결가(last price)가 아니라 여러 거래소 지수 기반의 마크 프라이스(mark price)로 청산을 판정한다. 차트의 last price는 청산가를 안 건드렸는데 청산당했다면 십중팔구 이것 때문이다. 청산가를 볼 때는 항상 마크 프라이스 기준으로 봐야 한다.
5. MMR은 고정이 아니다 — 포지션이 커지면 올라간다
유지증거금률은 포지션 규모에 따라 구간별(tier)로 올라간다. 큰 포지션일수록 MMR이 커지고, 그만큼 청산가가 진입가에 더 가까워진다. 소액으로 테스트할 때 본 청산가를 큰 금액에 그대로 대입하면 실제보다 멀게 착각하게 된다.
6. 단순 공식엔 수수료·펀딩이 없다
위 공식은 깔끔하지만 실제 청산가는 누적 펀딩비와 수수료만큼 조금씩 당겨진다. 포지션을 오래 들고 있을수록 청산가가 처음 본 값보다 가까워질 수 있다.
7. 청산가 = 잔고 0이 아니다
청산되면 청산 수수료가 붙고, 유지증거금만큼은 남거나 변동성에 따라 더 나빠질 수도 있다. "청산가에 닿으면 딱 0"이 아니라는 뜻이다.
그래서 트레이더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
- 진입 전에 레버리지만 보고 감으로 청산가를 짐작하지 말고, 위 공식으로 역산하거나 거래소가 표시하는 청산가를 직접 확인한다.
- 청산가는 마크 프라이스 기준으로 본다. 차트 가격과 헷갈리지 않는다.
- 변동성이 큰 코인은 MMR 구간 상승과 펀딩까지 감안해 버퍼를 더 둔다.
- 리스크를 가두려면 격리, 잔고로 버티려면 교차 — 단 교차는 계정 전체가 담보로 걸린다는 걸 항상 의식한다.
- 수익이 떠 있어서 청산가가 멀어 보일 때를 가장 경계한다. 그 여유를 믿고 사이즈를 키우면, 버퍼를 스스로 깎는 거다.
청산가는 운이 아니라 계산이다. 들어가기 전에 숫자로 한 번 확인하는 30초가, 청산당하고 나서 "왜 여기서 터졌지" 검색하는 시간보다 훨씬 싸다. 나처럼 한 번 날려보고 깨닫는 것보다도.
참고로 나는 이 청산 이후로 레버리지는 끊었다. 청산가를 더 잘 계산하게 돼서가 아니라, 계산을 잘해도 결국 떠 있는 수익 앞에서 사람 심리가 그걸 못 지킨다는 걸 깨달아서다. 그래서 이 글도 "청산가 계산해서 잘 버티세요"가 아니라, "이게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알고 들어가라"에 더 가깝다. 들어갈지 말지는 본인 몫이고.